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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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은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머리를 기르고 있는 중이거든요.
제 머리를 보는 엄마의 눈 안에는 ‘가위’가 들어있더군요.
꽤 오래전부터 길러보고 싶었던 머리였는데 ㅜㅜ
긴 머리 남자는 아무래도 참기 힘드셨나봅니다.

하긴 저도 새로운 상황에 맞딱드려야 했습니다.
일단 곱슬머리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띠를 하고 다녀야했고
지저분한 뒷머리를 위해 색색 고무줄을 사야 했습니다.
짧을 때는 쓰지도 않던 드라이기가 필요했습니다.
제일 많이 바뀐 건 거울을 자주 보게 되더군요.
남들은 저를 그렇게 보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멋져 보이고 싶어서 ㅜㅜ

그러던 중 설 연휴에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이 책은 실제 있었던 일을 기록한 체험르뽀입니다.
주인공 부부의 대화를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남편 : 나한테서 뭐 달라진 거 못 느꼈어?
아내 : …
남편 : 올겨울엔 기침을 한 번도 안했잖아!
아내 : 그러고 보니 그랬네!
남편 : 왠지 알아? 다 스타킹 덕분이야! 밴드 스타킹! 자, 못 믿겠으면 보라고!
아내 : 진짜 스타킹을 신은 거야?
(남편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못했던 표정을 아내에게서 발견합니다.)
남편 : 한 번 만져 볼래? 나한테 정말 딱 맞는 거 같지 않아?
아내 : 뭘 하고 싶은거야? 다른 것도 많은 데 왜 하필 여자 속옷이야!

이 부부는 그리고 기나긴 1년 간의
싸움을 시작하게 됩니다.
아내는 숱하게 울음을 터뜨려야 했습니다.
남편이 ‘여장’을 시작했습니다.
키 190cm의 여자가 태어납니다.
화장에 악세사리에 치마와 스카프까지.
동네를 걸어다니고 바도 갑니다.
그리고 성희롱을 당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할 수 없었던 수 많은 세상에 접하게 됩니다.

1년 간의 여성 체험을 통해 이 남자는
자신이 잃어버렸던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같이
존재하는 데 관습 때문에
자라면서 여성성을 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그 때문에 남자와 여자는 일정의
성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따름이라는 것을.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스스로 완벽한 남편이라고
생각하던 자기가 아내의 말을 하나도
이해 못하고 있었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신체적인 차이말고도
사회에서 만들어진 후천적인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이 신체적인 차이정도입니다.

엄마, 아내, 여자친구, 누이… 이 수많은 여성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남자들은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은밀하게’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요.

이 독일 부부는 지금 어느때보다
행복한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페미니즘 책으로 읽었는데
이 책은 애인이나 부부관계에 정말 필요한 책이더군요.
한 명의 여자 혹은 한 명의 남자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라는 동안 서로 제대로된 소통을 해보지 못한
다른 세상에 살던 두 명이 만나
연애를 하거나 부부로 지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척 위험한 일’이더군요.
고래 아저씨와 코끼리 아가씨의 사랑 정도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차이때문에
연인간의 싸움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혹 왜곡된 여성성과 남성성의 갈등일지도 모릅니다.
남자에게는 여성성의 복원이,
여자에게는 남성성의 발견이 필요할 때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오늘 소개하는 책은 크리스티안 자이델의
<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 1년 넘게 여자로 살아본 한 남자의 ‘여자사람’보고서>입니다.

이 책은 크리스티안과 그의 아내와 크리스트아네의 이야기입니다.

p.s. 근데 저는 머리를 깎아야 할까요? ㅜㅜ

읽어보기 > http://me2.do/GL2PR5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