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소풍

[죽음을 물어보는 내 아이에게] 지구별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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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봄이는
천사 유치원에 다닙니다.
유치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는
아빠랑 병원에 가지요.

엄마가 많이 아프셔서
오랫동안 병원에 계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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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는
엄마 침대에서 엄마랑 함께 자는
토요일이 가장 행복해요.

일요일 오후가 되면 아쉽지만
엄마와 헤어져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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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야, 얼마 전에
놀이공원으로 소풍 다녀왔지?”

“응, 무지무지 재미있었어.”

“그랬구나. 하지만 소풍 간 데가
아무리 재미있고 좋아도
거기서 살 수 있니?”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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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소풍을 다녀온 것처럼
사람들은 모두 지구별에
소풍을 온 것이란다.
언젠가 우리도 지구별 소풍이
끝나는 날 집으로 돌아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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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우리 딸,
혹시 엄마가 없더라도
지구별 소풍 즐겁게 보내렴.

즐겁게 지구별 소풍을 마치고
하늘나라 우리 집으로 돌아오너라.
엄마가 먼저 가서 널 기다리고 있을게!”

그날 밤, 엄마는 편안히 잠들었어요.
그러자 천사가 내려와
엄마의 영혼을
하늘나라 침대로 옮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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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사는 거지? 어디 가면 안돼!”

감성적이고 정 많은 둘째가
잠자리에서 소근거립니다.

“그러엄, 엄마는 아들 옆에 있지.
근데 있잖아, 영원히 같이 있을 순 없어.
언젠가는 사람들은 모두 하늘나라에 가거든.
근데 아직~도 아직~도 멀었어. 걱정하지마.”

아무생각없이 말했는데
아들눈이 벌써부터 그렁그렁.

“안돼. 다 같이 살아야 돼.
엄마는 죽지 마, 알았지?”

죽는다는 것.

생각만해도 울컥, 합니다.
엄마가 되고나니 더욱.

내 목덜미를 꼬옥 안고 자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까만 밤, 오래 생각했습니다.

소풍이 끝나는 날까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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