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그림자

[친구를 그리워하는 내 아이에게] 외로운 그림자

0 1287

img_xl

어느 이른 아침,
작은 그림자 하나가
가로등 아래 서서
한숨을 쉬었어요.

“너무 외로워.”

img_xl (1)

작은 그림자는
문 앞에 서서 생각했어요.
‘나는 문일까?’

작은 그림자는
의자 곁에 서서 생각했지요.
‘나는 의자일까?’

img_xl (2)

작은 그림자는 나무에 기대엇어요.
몹시 슬펐지요.
“내 짝을 찾을 수 있다면
무척 행복할 거야.”

작은 그림자는 저만치
혼자 앉아 있는 작은 아이를 봤어요.

img_xl (3)

“왜 그렇게 슬퍼하니?”
작은 그림자가 다가가서 묻자
작은 아이가 대답했어요.
“곧 날이 저물면,
그림자들이 다 놀러 나올 거야.
하지만 난 그림자가 없어.”

img_xl (4)

작은 그림자가 말했어요.
“나랑 놀자.”

둘은 함께 공을 찼어요.
둘은 함께 수레를 타고 내달렸어요.
둘은 함께 커다란 나무에 올랐어요.

img_xl (5)

그날 밤 늦게
모든 그림자가 다 길어졌을 때예요.
커다란 시계가 땡 소리를 내자,
둘은 잠자리에 들어지요.

‘나에겐 네가 있고
너에겐 내가 있어.
우린 언제나 함께 있을 거야.’

img_xl (6)

: )

2015년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딱 17일 남았네요.

언제나 아이들과
그림자처럼 함께 붙어 있지만,
이상하게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것처럼
함께 있어도 외로운 이 느낌.

아이를 위해 사는 이 삶이
오롯이 내 것인가 싶고,
나만을 위해 사는 삶 또한
정말 행복할까 싶네요.

따스한 커피가 간절한 아침,
외로움 한 잔을 호로록 들이키려
가까운 카페로 향해 봅니다.

아, 이런 날은
누군가가 따스한 커피 한 잔
권해주면 차암, 좋을 것 같은데
이 아침에 연락할 사람이 읎네~

‘아, 외롭뜨아~’

img_xl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