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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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된 기분.
아웃렛 매장에 걸린 재킷이 된 기분.
다시는 펴보지 않을 지난 학기 전공 서적이 된 기분.
유통기한 지난 요구르트가 된 기분.
갑자기 이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밀려난 기분이 들때가 있다.
그럴 때는 당신을 크리스마스트리 위의 노란 별처럼
쇼윈도에 걸린 S/S 신상 원피스처럼
필사하고 싶은 베스트셀러처럼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선한 녹즙처럼 대해주는 사람에게
구조 요청을 하면 된다.
그들은 아마 당신의 애인이거나 엄마이거나 절친한 친구일 것이다.

낯선 세상으로부터 밀려났을 때
당신을 잡아줄 수 있는 존재는
언제나 가장 낯익은 사람들이다.

-달팽이 안에 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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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원문]

The road not taken.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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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테마] 크리스마스에 백허그하면서 속삭이면 좋은 한줄선물

크리스마스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백허그급 “한줄”로 마음을 표현하세요.

올한해도 고생했어요 사랑합니다♥

이럴땐 이한줄, 한줄테마 예고
– 갓 엄마가 된 친구에게 꼭 필요한 한줄
– 이직하기 전에 꼭 봐야할 한줄
– 나만 빼고 다 행복해보일때 봐야할 한줄
– 아무도 내맘을 몰라줄때 봐야할 한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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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친해졌고, 가까워졌고, 익숙해졌다.
그리고 딱 그 만큼
미안함은 사소해졌고,
고마움은 흐릿해졌다.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베란다 귀퉁이에서 바짝 시들어버린
난초에게
때늦은 물과 거름은 소용없는 일이다.

관계가 시들기 전에
서로가 무뎌지기 전에 마음을 전해야 한다.

-응답하라 199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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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떠나고 말리라.
이 거대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적자생존의 게임에서 벗어나리라.
향긋한 꽃냄새와 청명한 공기를 마시면서
여유롭고 한적한 삶을 즐기리라.

도시인이라면 한번쯤 해본 다짐이다.
서울을 떠나도 우리가 할 일은 존재하고,
길은 어디든 열려있다.
불안한 미래를 위해
오늘을 저당잡혀 움켜쥐려고만 했던
그 무엇을 내려놓을 용기만 낸다면

당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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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잠시도 서로가 붙어있지 않으면
불안하단 말씀이야.

조금 전에 손을 흔들고 강의실에 들어와서
난 너에게 문자를 보내.
바로 한 시간 후면 교실 문 밖에서 난 다시
너를 만날 텐데 말이야.
답장이 오지 않는 몇 분 동안이 난 불안해.
안절부절 못하며 휴대폰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지.
그리곤 참지 못하고 네 번호를 누르고 말곤 하지.

같은 공간에 함께 있어도
다른 세상을 사는 우리는

어느새 사람을 사귀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만 것이 아닐까.

-격월간지, 아산의 향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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