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0 363

Q. 6살 여아입니다.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고 거의 혼자 놀다가 옵니다. 5살 때는 친하게 놀던 친구가 있어서 이런 걱정을 안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방학 동안 다른 친구와 단짝이 되어서 지금은 안 논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론 딱히 엄청나게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없어요. 친구들이 놀자고 말하지 않으면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놀다가도 잠깐 놀고 거의 혼자 노는 듯해요. 선생님은 혼자서도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잘 지낸다고 말하는데 제 속은 썩어갑니다. 집에서는 동생, 자주 보는 사촌과는 정말 즐겁게 노는데 혼자 논다는 말을 들으니 유치원을 그만 다녀야 하는지 고민 중입니다.

이임숙 샘 :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은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 더 잘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걱정하는 마음 한 편으로 의문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혼자 노는 아이의 표정이 외롭거나 우울해 보이지 않았거든요. 기본적인 상식으로는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노는 게 정상이라 생각하지만 그게 정상이라 말하는 이유는 그래야 사회생활도 잘하고 아이도 행복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지요. 아마 사회적으로 활동적인 리더가 주목받는 시기여서 더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답니다. 차근차근 살펴볼까요?

1. 아이는 내향성? 외향성?
아이가 어려도 성격적인 성향은 나타나고 있어요. 활달한 외향성의 아이라면 어떤 친구와도 잘 어울리겠죠. 하지만 내향성을 갖고 태어난 아이는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걸지 못해요. 하지만 친구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걸면 잘 놀아요. 한두 명과는 잘 놀지만, 친구들이 많으면 오히려 조용히 혼자 떨어져 나오기도 해요. 이런 점은 내향성의 성인들과도 비슷하지요. 내향성의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어울려라. 활달하게 지내라. 나서서 발표도 잘하고 리더가 되어라’. 라는 말은 참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나중에 좀 더 크면 다 연습해서 할 수 있는데 뭐가 뭔지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무조건 혼자 노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한다면 아이는 혼란스럽기만 하겠죠.

2. 혼자 노는 것에 대한 오해
혼자 논다고 무조건 사회성 훈련을 하려고만 하기보다 혼자 잘 노는 모습을 지지해 주세요. 사실, 혼자 놀이에 대해서 오해가 있어요. 아이가 커가면 혼자 놀 줄 모르는 게 더 큰 문제가 된답니다. 진짜 중요한 공부나 연구, 혹은 생산적 활동은 모두 혼자 시간에 이루어 지지요. 어쩌면 지금 아이는 그런 걸 잘 연습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답니다. 그리고 실제로 세상의 대표적인 리더들은 내향성이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요. 조용히 혼자 책 읽고 생각하며 글도 쓰는 그런 활동들이 엄청난 에너지가 되어 나중에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아이에게 혼자 놀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점이 싫은지? 어떤 점이 좋은지 질문해 보세요. 아이가 하는 말과 표정을 보면 아마 안심이 될 거예요. 만약 우리 아이가 친구와 놀지 못해서 속상해한다면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 주세요.

“사람마다 성격이 달라서 어떤 아이는 먼저 친구에게 놀자고 잘 말하지만 어떤 아이는 그게 좀 힘들 수도 있어.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 네가 잘할 수 있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라 말해주세요. 지금 당장 고치려 해도 잘 안 될 뿐 아니라 고치려고 애를 쓸수록 아이는 자신이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불안감만 높아지니까요.

3. 자신감을 높여 주기 위하여
혼자 책보고 그림 그리고 노는 아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세요. 그리고 집에서 동생 사촌들과 함께 즐겁게 노는 모습도 찍어 주세요. 아이와 함께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말해주세요.
“넌 동생이랑 사촌들과도 잘 놀고, 혼자 놀기도 잘하는구나. 둘 다 잘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대단하다”.
그래도 친구에게 먼저 말 걸기를 할 줄 알기를 바라신다면 이렇게 말해 주세요.
“지금은 먼저 말 걸기가 좀 불편하니? 어떤 점이 불편해? 그럼 몇 살 정도 되면 편해질까?”

만약 아이가 백 살이라고 말하면 함께 웃으면 됩니다. 백 살 때 말을 잘 거는 모습을 상상하며 미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네요. 아이와의 시간을 걱정으로 채우기보다 유쾌함과 행복감으로 채워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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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346

Q. 저의 막둥이 아들이 아침마다 제가 옆에 없으면 악을 쓰며 자지러질 듯 울어댑니다.
현재 49개월이구요. 위로 중학생 형과 초등학생 형이 있고, 저는 워킹맘이라 옆에 있어줄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어요. 애들 아침밥도 챙겨줘야 하고, 집안도 정리해놓고 출근준비를 해야 해서요.
조용히 상황을 설명해보면서 달래주기도 하고, 너무 심하게 운다 싶으면 화도 내봤는데, 아무 소용이 없어요. 모든 일을 자기에게 다 맞추라는 식이죠..
아빠도 필요 없고 형들도 필요 없다는 식으로 무조건 저만 찾아대는 통에… 몸과 마음이 지쳐버리네요.. 아직 어려서 엄마에게 의존하는 게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모든 일을 울고 떼쓰면서 해결하려고 하니 아이아빠도 짜증이 극에 달했고, 저도 아침마다 전쟁을 한바탕 치르고 출근하느라 진이 빠지네요~
어떠한 해결책이 필요한 걸까요?

이임숙 샘 : 안녕하세요?
아이가 우는 아침은 엄마에게 참 힘든 시간이죠.
게다가 엄마가 출근까지 해야 하는 워킹맘이라면 그 초조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가능하면 빨리 아이가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선 아이 마음부터 살펴 볼게요.

1. 한가지 질문 있어요.
49개월된 막내 아들은 무엇이 불안하고 두려워서 아침마다 떼를 쓸까요?
습관이 되어 버린 탓도 있겠지만 애초에 습관이 될 만큼 자주 심리적 어려움이 있었다는 말이 되겠지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라 짐작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것 같아요.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엄마와 떨어질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생겨나질 않았기 때문이지요. 엄마랑 떨어지긴 싫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빠이빠이’ 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일이 먼저 일 것 같아요.

2. 성공경험에서 해결방법 찾기.
아이가 기분 좋게 엄마와 떨어진 날이 언제 인가요? 그 날의 아침은 아이가 잠에서 깰 때부터 뭔가 다르지 않았나요? 그냥 막연하게 ‘오늘은 웬일로 기분이 좋지?’ 이렇게 넘어가지 마시고 그날, 엄마가 아이를 깨운 방식부터 아침 식사 메뉴, 혹은 어린이 집에서 기대하는 일, 전날 행복한 기억 등 뭔가 아이를 기분 좋게 만든 뭔가가 분명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쩌면 그것이 아이가 울지 않는 아침을 보내는 핵심열쇠가 될 수 있어요. 성공한 날의 엄마의 말과 행동을 잘 찾아내어 다시 시도해 보시기 바래요.

3. 새로운 방법 시도하기.
유아기 아이의 심리적 특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아마 가족들 모두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하는 말은 아주 현실적인 말들일 거예요. 상황을 설명하고 달래고 화내는 일이 모두 그런 내용일 것 같아요. “빨리 밥 먹어, 어서 유치원 가야지, 엄마도 출근해야 해. 엄마가 할 일이 많아,,, “ 아마 수백 번을 말해도 아이에겐 전혀 먹혀 들지 않았을 거예요. 엄마와 떨어지는 불안이 훨씬 더 크니 그런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지요. 이제 이런 현실용어는 잠시 접어 두세요.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랍니다. 유아기에 상상놀이를 많이 할수록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좋다는 건 모든 학자들이 강조하는 점이지요. 다만 일상에서 상상놀이를 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활용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나 좋아하는 그림책 주인공을 아이 마음으로 데려오세요. 이렇게 말해 보세요.

“어제 밤 꿈에 뽀로로가 나타났어. 엄마가 맛있는 밥 안 차려주면 엄마를 골탕 먹일 거래. 어떡하지? 빨리 밥 차려줄게요. 엄마 좀 도와줄래?”
“터닝 메카드가 아이 우는 소리 때문에 변신 하기가 어렵대. 집중을 해야 하는데 변신이 잘 안 된대. 우리 오늘도 잘 변신할 수 있도록 도와줄까?”
“엄마 마음속에 뭔가 꽉 차있어? 그게 뭔지 알아 맞춰볼래? 아, 실망이다. 못 알아 맞추는 구나. 하긴 엄마가 말을 안 했으니 몰랐을 거야, 가르쳐 줄게. 엄마 마음속에 꽉 차있는 건 바로 바로 너야! 네 마음 속엔 엄마 있어? 없어? 아, 엄마가 별로 없어서 그렇게 울었구나. 엄마가 네 마음속을 채워줄게. 꽉 채워져라 얍!!!
아이 손을 엄마 가슴에, 엄마 손을 아이 가슴에 갖다 대며 이야기 해 보세요. 이런 방법이 쑥스럽거나 어처구니 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성공확률은 그 어느 방법보다 높아요.

<엄마의 말 공부> 에 있는 ‘어느 대학생의 편지’도 그렇게 워킹맘에게서 자란 아이가 엄마가 들려준 도깨비 이야기로 날마다 반복되는 엄마와의 이별을 아주 행복한 상상으로 잘 견디고 성장해 온 이야기랍니다.

전쟁 같은 아침을 보내는 엄마들이 많아 도움 주고 싶은 마음에 답변이 길어졌네요. 상상 속의 경험은 현실의 어려움을 훌쩍 뛰어넘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어요. 사랑하는 아이에게 행복한 상상의 힘을 선물하시기 바랍니다.

#책속의한줄_고민상담소

0 293

어린 시절,
저는 아버지 일 때문에
스페인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어린 저에게 외국 생활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감 자체였습니다.
무엇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았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기가
어른 못지않게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7살이 되던 해, 외국인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저는
겉으로 빙빙 돌았습니다.
스스로 외국인 친구들을 경계했고
인사를 나누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

시간이 흐르자
종종 또래 친구들과의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소통하지 않아
생긴 오해로 인한 싸움이었습니다.
몇 번의 다툼이 계속되자
외국인 친구들도 저에게
다가오지 않았고 저는 투명인간 같았습니다.

얼마 후,
학교에서 부모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학교 교장 선생님께서는
제가 더는 학교 다니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하셨고,
부모님은 애써 눈물을 삼키시며
조금 더 시간을 달라며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정하셨습니다.

부모님의 부탁 때문인지
교장 선생님께서는 선생님들과
회의를 하셨고 전담 선생님을 통한
1:1 교육방법을 생각해내셨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선생님도
문제 학생인 저를 전담하여
가르쳐주겠다 나서지 않으셨지요.

서로 눈치만 보시던 선생님들 사이에서
한 선생님께서 조용히 손을 드셨습니다.

선생님의 성함은 Mrs. Oreal.

Mrs. Oreal 선생님은 그날부터
저를 자식처럼 신경 써주셨습니다.
처음에 경계하고 믿지 않던 저는
선생님의 진심에 마음을 서서히 열었습니다.

30분도 책상에 앉아있기 힘든 저는
선생님의 영어수업에
집중하며 실력을 키워가기 시작했지요.

Mrs. Oreal 선생님께서는
저의 성격이나 장단점을 파악하시고
당근과 채찍을 통한 가르침으로
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스스로 자신감이 붙던 나날이 계속되자
저는 선생님께서 시키시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기 시작했습니다.

1년 후, 저는 더는 선생님의
1:1 수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언어소통은 물론이고,
외국인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될 다양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셨던,

무엇보다
그 누구도 맡기 꺼리던
외국인 문제 학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 주신 Mrs. Oreal 선생님.

어른이 된 지금도
선생님과 함께했던 시간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외국인 앞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고
당당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건
모두 선생님 덕분입니다.

눈 맞춤 한 번,
인사 한 번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었던
소극적이었던 동양인 학생을
긍정적인 사람으로,
배려하는 사람으로,
세상을 품는 사람으로 키워주신
Mrs. Oreal 선생님.

정말로
당신이 그립습니다.

최석민 님의 소중한 기억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기를 내 사연을 보내주신 분들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은 삼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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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372

1990년,

그 시대에 젊음을 꽃피웠던 세대라면
누구나 이 영화를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바로, 박상민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장군의 아들>

‘우미관’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여성과
나쁜 일본인들을 때려눕히는
뒷골목의 사나이, 김두환의 러브스토리는
굉장한 인기를 넘어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지요.

아! 격투 장면 때마다
붕붕 날아다녔던 시라소니 역시
또 다른 영웅이었습니다.

그 시절,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흥얼거렸던 노래가 있지요.

바로, <장군의 아들> 영화에서
나왔던 ‘희망가’입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일본인들에게 핍박받으며
억눌려 살아야 했던 삶 속에서
희미한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살아가야만 했던 이들이
구슬프게 불렀던 ‘희망가’.

1992년,
<장군의 아들> 3편이
‘희망가’와 함께 인기를 끌었던 그 무렵,
저는 예식장에서 결혼행진곡을 치는
피아노 반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주말,
여느 때와 같이 저는
누군가의 결혼식 반주를 하기 위해
일찌감치 구석에 자리 잡은
피아노 앞에 앉아 결혼행진곡을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혼자서 중얼거렸던 ‘희망가’가
저절로 손끝으로 연주되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만 쳐봐야지…’했던 게 그만,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한 번 치고, 또 치고, 또 치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혼자만의 ‘희망가’연주에
폭 빠졌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희망가’를 열정적으로 연주하다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피아노실 커튼을 살짝 젖혀보니, 글쎄!

텅텅 비었던 객석은
사람들로 꽉 차있었고,
독주회를 열듯 연주하던 저를
모두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때 그 하객들은
저의 ‘희망가’ 연주실력에 감동했을까요?
아니면
기쁘고 축복 가득한 결혼식 날,
청승맞고 슬픈 희망가를 연주하던
이상한 사람의 정체가 뭔지 궁금했을까요?

황당하고 민망함도 잠시,
허둥지둥 바로 예식이 진행되어서
어떻게 잘 넘어갔지만
시간이 지나 그때를 다시 돌이켜볼 때마다
매번 저는 가슴이 ‘철렁’합니다.

‘아, 그때 어르신들께
멱살이 안 잡혔던 게 참 다행이구나’
하는 마음도 들고요.

많이 늦었지만
그날 저의 구슬픈 ‘희망가’연주로
결혼식을 시작하셔야 했던 신랑신부님,
정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지금쯤 단란한 가족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계시겠지요.

앞으로도
그 날의 아찔함이 떠오를 때마다
두 분의 건강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아찔했던 그 날의 추억을
다시 한 번 회상하며
‘희망가’를 조용히 불러봅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다♪

 
이수빈 님의 소중한 기억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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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334

목표를 세우면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던
고집불통 내 딸.

대학입시를 앞두고도
딸의 고집은 산보다 더 높았다.
꼭 미대에 가겠다며
재수를 선언한 것이다.

입시원서를 접수하고
실기시험을 치르느라
여러 대학을 오가야만 했던 딸은
먹어도 먹어도 허하다며 웃었다.

딸의 축 처진 어깨가 얼마나 안쓰럽던지
어미로서 가슴만 저려 했을 뿐,
나는 그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실기시험을 갈 때 화구 통을 들어주는 일뿐.
딸과 동행을 할 때마다 화구 통 때문에
어깨가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순간순간 내 마음이 울컥했다.
작은 체구에 이 무거운 화구 통을 들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계단을 오르내렸을
딸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뜨거운 눈물을 가슴으로 삼키며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챙겨보았다.

살뜰한 도시락 챙겨주기,
늦게 오더라도 꼭 기다려주기,
시간이 되면 꼭 실기시험 동행하기,
격려와 위로 아끼지 않기,
딸의 행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기…

절실함이 통한 것인지 몰라도
지금 우리 딸은 그토록 원하던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다.
벌써 대학 졸업반이다.

4학년 동안 수많은 보석 디자인을 만드느라
밤샘작업을 하면서도 마냥 즐거워했던 우리 딸.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딸은
하늘에서 천사였던 것이 분명하다.

남들보다 크지도, 예쁘지도 않은데
“엄마가 예쁘게 키워줘서 난 좋아!”
말해주는 우리 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와서는
“아무리 봐도 우리 엄마가 최고야!”
안아주는 우리 딸.

가끔 엄마가 힘들어 보이면
“엄마가 우리 엄마라서 정말 좋아.”
말해주며 힘을 주는 우리 딸.

우린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을까.
어떤 인연이기에
이렇게 엄마와 딸로 만났을까.
천사가 예쁜 내 딸이 되어
내 곁에 이렇게 와주다니.

내게 자식은 보물단지다.
소중히 다루고 싶은 보물이며
내가 사는 이유다.

“사랑한다, 나의 천사 딸!”

김명숙 님의 소중한 기억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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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283

할머니 집.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집.
지금은 공사장 소리만 가득한
기억 속의 집.

오늘 아침에도 그곳을 지나쳤다.
일부러 시선을 멀리 던졌다.
몇 년 전 이주단지로 지정된 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볼 수 없는
그곳의 삭막한 풍경이 가슴을 아프게 해서.

일 년 전,
마지막 짐 정리를 하러 가족들과
할머니 댁을 찾았다.
손때 묻은 살림살이들은 새집으로 옮겨졌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도 우리 할머니는
새집보다는 이 집이 좋다며
텅 빈 방, 차가운 바닥에서 주무시곤 했다.

할머니에게도, 나에게도
그 집은 그냥 집이 아니었다.
할머니에겐 할머니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이 담긴 집이었고
나에게는 유년시절의 추억이
이곳저곳에 숨어있는 소중한 집이었다.

할머니가 직접 가꿨던 텃밭,
새벽녘 소 젖을 짜러 나가는 할머니와
떨어지기 싫어 쪼그려 앉아있던 마당 한쪽,
할머니의 웃는 얼굴을 보려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마다 무대로 삼았던
마당 한가운데의 큰 돌덩이.
내 노랫소리가 시끄럽다며
더 크게 꽥꽥 소리 지르던 마당 뒤편의 거위.
내 장난감이었던 염소 열댓 마리와 닭들.

할머니와 나와의
소중하고 또, 소중한 순간들이
숨은그림찾기처럼 숨어있던 할머니 집.

그런 추억의 집이
‘신도시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너무 쉽게 허물어졌다. 사라졌다.

사람들은 말한다.
보상받아 좋겠다고,
좋은 집으로 이사가서 좋겠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한순간 고향을 잃은 상실감이 어떤지를.

퇴근길,
할머니 댁을 오가던 마을버스가 지나간다.
어릴 적 시장에 가기 위해
할머니와 손잡고 하염없이 기다리던
바로, 그 노란색 버스다.

버스 정류장 표시를 보니
할머니 동네 이름이 지워지고
그 위에 다른 동네 이름이 새겨졌다.
할머니가 살던 동네도,
우리 할머니 집도 그렇게 지워지고 있다.

나라도 기억하련다.

봄이면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마당,
여치가 뛰놀던 잔디,
빨래가 바람결에 날리던 옥상,
할아버지가 매달아준 그네,
온 식구들이 모였던 평상,
멀리서 들리는 할아버지 경운기 소리.

언제까지나 기억하련다.

정겨운 우리 할머니 집,
그리고 그곳에서 받았던 사랑을.

달볕 님의 소중한 기억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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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272

한 아이가 태어났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한 여인의 몸에서
구구절절한 사연을 안은 채.

아기는 열심히 어미의 빈젖을 빨았다.
여인은 꼭꼭 밥을 씹어 아이에게 먹이며
사랑과 정성으로 아기를 품어 살려냈다.

어릴 적 홍역 침을 잘못 맞아
벙어리가 된 여인은 기구하고 불쌍한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가난과 모진 병에 시달리다
어린 피붙이 하나만 세상에 덜렁 남겨두고
차마 감을 수 없는 눈을 감았다.

여인의 아기는
의젓함이 슬프게 느껴질 정도로
철이 든 소년으로 자라났다.

소년의 아버지는
가난을 비통해하며
술로 힘든 세상을 잊고 지내다
제주 4.3사건 때 영문도 모른 채
산으로 끌려가 애처로운 죽음을 맞았다.

소년의 나이 7살.
독한 외로움을 혼자 견뎌내기엔 너무 어렸다.

친척 집에 얹혀살던 소년은
작은 몸뚱이로는 버티기 힘든 밭일과
시도 때도 없는 모진 매타작에
결국, 한밤중 야반도주를 하고 말았다.

몇 날 며칠을 산속에서 헤매다
‘하효’라는 마을에 찾아들어
마을 유지인 딸부잣집 김씨 어른네 머슴이 되었다.

머슴으로 온갖 잡일을 하던 소년은
머슴살이의 서러움을 견디고 버티며
의젓한 청년으로 자라난다.

천성이 어질고 착실했던 청년은
주인의 신뢰를 얻었고,
결국 딸부잣집 막내딸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느껴보지 못했던 청년은 처가 식구를
극진히 봉양하고 정성을 다해 모셨고
구두쇠에 대쪽같은 성격으로
모질게 대했던 장인어른의 노년마저도 책임을 졌다.

장인어른의 대소변도 마다치 않았던 그는
장인어른의 마지막 유언을 듣게 된다.

“고맙네. 고맙네, 사위…”

청년은 다섯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아이들이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행여 남들에게 서러움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아내와 가난과 고됨을 견뎌냈다.

다섯 아이는 곧고 바르게 자랐고,
그 또한 자상한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다.

이제 그는 힘들었던 지난 시간과
서러움을 오롯이 홀로 견뎌온 세월을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움을 가진 사람으로 변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그에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매일 새벽마다 바다를 향해 기도하는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서 항시 떠나지 않은
한 분을 위한 그리움과 감사함을 담은 기도,
부모님을 향한 기도였다.

못다 한 효도를 홀로 사는 노인들을
두루두루 살핌으로 대신했던 그가
이제는 칠십 중반의
인자한 할아버지가 되었다.

“어릴 때 내 억울함을 들어줄
형제지간 한 명만 있었어도…”

지난날을 회상할 때 할아버지가 된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한다.
외로움과 서러움이 뼈에 사무쳤던 지난날들을
어떻게 감히 짐작할 수 있을까.

.
.
.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 자란
다섯 형제는 뿌리를 내려
많은 자손을 안겨드렸다.
그리고 다시
아버지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드렸다.

이제 칠십 중반의 인자한 노인이 된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중얼거림 속에서 나는 들었다.

돌아가신 당신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애타게 그리워했던 어린 시절의 아픔을.

아버지는 지금도 ‘어머님의 영혼’을 느끼며
오늘을 감사하게 살아간다고 하신다.

나도 참 감사하다.
지금까지 내 곁에 계셔서,
힘든 인생길을 잘 견뎌주셔서.

“존경합니다, 아버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영희 님의 소중한 기억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기를 내 사연을 보내주신 분들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은 삼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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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한줄이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가족 #연애 #직장 #인생 #우리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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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336

엄마는 오늘도 밥을 태웠다.
꼭 잊어버릴 만하면 밥에서 탄내가 진동한다.

“냄새나서 먹기 싫어.”

엄마는 기운 빠진 웃음으로
미안하단 말을 대신하며
타지 않은 쪽 밥을 내 밥그릇에 퍼 주셨다.

하지만 냄비 안에서 퍼진 탄내는
이미 집안 곳곳에 가득.

“안 먹어. 냄새난단 말이야!”

아침부터 온갖 투정을 부리며
엄마의 밥상을 외면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는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엄마의 탄 밥은 금세 다 잊어버렸다.

툭툭 아픈 말만 내뱉고 걸음을 재촉하는 나를
멀찌감치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하셨을 엄마의 시선…
왜 그때는 몰랐을까.

학교 점심시간이 되면
도시락 뚜껑을 열자마자 탄 밥 냄새가 퍼졌다.
친구들이 수군거리고 괜스레 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엄마는 매일 하는 밥을 도대체 왜 태우는 거야…’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엄마의 탄 밥에 대한 나의 못되고 뾰족한 투정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계속됐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밥투정했던 나는 지금
8개월이 된 딸을 키우고 있다.

신생아 때부터 잠투정이 심했던 딸은
백일 즈음엔 정말 나를 시험에 들게 하듯
신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게 했다.

“엄마, 힘들어 죽겠어. 아기가 잠투정이 너무 심해.
계속 울기만 해. 안아 줘도 울고,
업어줘도 울고 젖을 줘도 울어.
잠도 안 자니까 정말 내가 너무 힘들어…”

아기 키우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았느냐고
오히려 나를 타박하던 엄마도
예민한 손녀의 잠투정에 두 손을 드셨다.

나는 점점 체중이 줄었다.
엄마는 나를 위해 반찬을 만들어 갖다 주셨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길
하루, 일주일… 한 달, 두 달…

거짓말처럼 어느 순간부터
딸아이의 잠투정이 줄고 예쁜 짓은 늘어갔다.
그제야 딸 때문에, 손녀 때문에
힘드셨을 친정엄마에게 눈길이 갔다.

“엄마, 엄마가 해온 불고기 먹고 가.
내가 차려줄게. 같이 먹어야 더 맛있지.”

얼른 찬밥을 전자레인지에 따끈하게 돌리고,
엄마표 돼지 불고기를 볶아 야무지게 상을 차렸다.
그런데 밥이 입안에서 겉돌았다.

시간이 좀 걸려도 새 밥을 해드릴걸,
후회가 밀려오면서
미안한 마음에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엄마는 밥에 현미가 들어가서 그런지
씹히는 맛이 있다며 맛있게 드셨다.
그리고 옛날 ‘탄 밥’ 이야기를 하셨다.

“네 외할머니는 내가 전기밥솥을 두고
새벽에 일어나 너희에게 냄비 밥해주는 걸
참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어.
밤 장사 하고 쪽잠도 챙겨 자면서
뭘 그렇게까지 바치느냐고.
그래도 엄마는 갓 지은 냄비에 고슬고슬~
밥해서 너랑 네 오빠 도시락 싸주는 게
그렇게 기분 좋고 뿌듯하더라.

그렇게 고슬고슬 냄비 밥 해먹이고
학교에 가는 너희 모습을 보면
온종일 내 마음이 좋았어.
아침에 가끔 깜빡 졸다가 태울 때도 있었지만…”

맞다. 엄마는 혼자서 우리 남매를 키우기 위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여인숙을 하셨다.
밤에 하는 장사이기에 잠도 못 자며 일하시며
험한 손님도 상대하시곤 했다.

낮엔 다시 방 정리에, 청소에, 손빨래까지.
하루도 쉴 수 없는 일이 반복되는 고된 일이었다.

매월 월세를 내고 부족함 없이 우리를 키우기 위해
낮에 찾아오는 손님도 마다치 않았던 엄마.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일을 하셨지만,
본인 잠도 미루고 따끈한 냄비 밥만 고집하셨다.

“맞아. 나도 기억나네. 엄마가 밥 태우면
내가 막 짜증 내고 그랬잖아.”

“네 오빠는 별말 없이 먹는데
넌 냄새에 민감해서 그랬지. 물도 가려 마셨잖아.
꼭 보리차나 옥수수 차만 마시고
결명자차는 안 먹어서 물도 따로따로 끓였었지.”

엄마가 간만에 딸이 차려준 저녁을
맛있게 드시고 가셨다. 상을 치우고
칭얼거리는 딸아이를 재우는데 뭔가 울컥, 했다.

딸의 철없는 행동과 말들에
우리 엄마는 얼마나 상처받고 힘드셨을까.
애써 하신 냄비 밥이 타버려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
밥을 안 먹고 나간 딸내미 때문에
온종일 고된 일 사이사이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순간순간 그때의 엄마의 감정이 이입되어
가슴 한 곳이 울컥하더니, 찡… 울렸다.

엄마에겐 아직도 받는 게 익숙한 철부지 딸.
그래도 난 조금만 더, 응석 부리고 싶다.

아직 ‘딸 가진 엄마’
‘우리 엄마 딸’인 내가 더 좋으니까.

난 앞으로도 오래오래~
‘우리 엄마 딸’로 지내고 싶다.
난 엄마의 영원한 철부지 딸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철든 딸이 될 거다!

“엄마,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 주세요.
제가 오래오래 따끈한 밥 해드릴게요!”

심희진 님의 소중한 기억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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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301

여리 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사연입니다.

엄마의 ‘봄’은 바빴다.
농사일로 바쁜 것은 물론이고
틈틈이 산으로 들로 다니며
고사리, 냉이, 달래로 반찬도 챙겨야 했다.

그때마다 싸리 바구니 한구석엔
내가 좋아하는 산딸기며 찔레가 꼭 자리 잡고 있었다.

엄마의 ‘여름’ 또한 바빴다.
곡식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엄마의 손놀림도 그만큼 빨라져야 했고
매일 논과 밭 김매기는 기본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해질 때까지 들에서 일하셨기에
우리 가족은 컴컴한 8시를 훌쩍 넘어서야
겨우 저녁밥을 먹을 수 있었다.

엄마의 ‘가을’은 더 바빴다.
시기에 맞춰 익어가는 곡식들을 거두어
말리고 털어 창고에 가지런히 보관해야 했고,
종가의 맏며느리로서 사대봉사도 섬겨야 했다.

내 기억 속에
엄마와 함께 잠든 기억이나
엄마의 잠자는 모습이 남아있지 않는 건
농사, 맏며느리, 엄마로서의 일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조금은 한가해지는 계절은, 바로 ‘겨울’.
잎담배 감장이 끝나는 시기이다.

엄마는 날이 조금 쌀쌀해져서야
그제야 동네 분들과 화투도 치고
라면 국수도 끓여 함께 나눠드시곤 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다란 무쇠솥에 가득했던 라면 국수.
너무 많이 끓인 탓에 다 퍼졌지만
엄마가 해준 그 라면 국수의 맛은
어른이 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내내 바빴던, 힘겨웠던 우리 엄마.

지금 우리 엄마는
어느 계절에도 편히 쉬고 계신다.

엄마 얼굴에 내 얼굴을 가만히 대보았던 어느 날.
마지막으로 엄마의 얼굴을 온전히 느꼈던 그 날.
따뜻했던 어머니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 있었던 잊지 못한 그 봄날…

난 잠시 마주했던 엄마의 얼굴을 뒤로하고
밖으로 뛰쳐나와 엄마와 함께한 시간만큼 울었다.
그렇게 엄마를 보내드렸다.

엄마와 서럽게 이별을 한 그 날 이후…
그동안 여섯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내 곁에 왔다가, 갔다.

오늘은 오랜만에
푹 퍼진 라면 국수를 먹어봐야겠다.

엄마와의 계절을 생각하며.

여리 님의 소중한 기억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기를 내 사연을 보내주신 분들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은 삼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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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한줄이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가족 #연애 #직장 #인생 #우리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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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338

써니맘 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사연입니다.

2년 전 어느 날,
칼퇴근하던 남편이
전화 한 통도 없이 술 냄새를 풍기며
아침 6시에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온 남편은
아내의 걱정 한가득 뒤로 한 채,
바로 욕실로 들어가 씻기 시작했다.

내 두 눈에서는 레이저가 발사되었고
내 마음은 떨리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난 아내랍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습관처럼 했던 그 행동…
남편이 벗어놓은 양복 윗도리를
털어 옷걸이에 걸고 말았다.

아차! 싶었을 때
남편의 옷에서 작은 종이가 떨어졌다.

은행 출금 확인서.
금액 200만 원.

아까보다 더 심장이 두근거리고
두 눈은 튀어나올 지경이 되었다.

도대체 이 큰돈을 왜 뺀 거지?
설마, 하룻밤 술값은 아니겠지?
아니, 술값이 아니라… 설마!

남편이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아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
매우 예리하면서도 매우 감정적으로
우리 남편을 맹렬히 심문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앙칼진 나의 심문에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앉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말없이
쓰윽, 핸드폰을 내밀었다.

당시 남편의 직업은 자동차 지점장이었다.
처음엔 호기롭게 영업을 시작했지만
불경기에 생각보다 일은 잘 풀리지 않았고
매월 말일만 되면 얼굴은 반쪽이 되었다.

‘그 일’이 있던 그 날도
힘든 말일이 막 지난 7월의 첫날이었다.

남편의 핸드폰 속
‘받은 메시지함’을 보자마자
난 한순간에 ‘얼음!’이 되었다.

받은 메시지함 속 47개의 메시지는
동료와의 실적 비교에 대한 코멘트부터
인신공격적인 내용, 참기 힘든 욕설,
기분 나쁜 비아냥까지
삶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의
다양한 메시지로 가득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메시지 내용은 마감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그 수위와 강도가 점점 강해졌다.

어제,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후배 영업사원 한 명이
남편을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차를 뽑아
남편의 실적으로 만들어 주었고

남편은 이런 후배 사원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에
새 차 출고 비용 200만 원을 빌려주었단다.

고맙다고 한 잔,
신세를 한탄하며 한 잔,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자 또 한 잔…
그렇게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졌다는 남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남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따라 흘렀다.
우리는 아이가 깰까 봐
한참을 함께 흐느껴 울었다.

.
.
.

얼마 후, 우리는 큰 결심을 했다.
남편과 11살 된 딸이
뉴질랜드로 가기로 한 것이다.

남편에게 그곳에서
당분간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자유시간을 가져보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내 맘 변하기 전에 얼른 가.
마누라 직장 있고, 수입 있을 때!”

남편은 많이 주저했다.
그리고 미안해하며 떠났다.

그렇게…
나는 ‘기러기 엄마’가 되었다.

남편과 딸이 떠난 지 2년.
다행스럽게도 처음에 걱정하고 염려했던
많은 일이 하나씩 잘 해결되었다.

성실한 우리 남편은
뉴질랜드에 정착한 지 3개월 만에
제법 내실 있는 무역업체에 취직했다.

12살이 된 딸도
언어장벽을 잘 넘었고,
수학경시, 배드민턴 등 각종 경기에
나가며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다.

혼자 남은 나는
틈틈이 딸과 영상통화 하느라
칼퇴근하기 바쁘고
한 달에 한 번꼴로 딸 학용품을
소포로 보내며 사랑을 함께 전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발을 내딛기 힘든 내일.

우리 가족도 그랬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불안한 내일을 향해
함께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깨달았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성실히 힘을 모아 걷다 보면
생각지 못한 길이 분명 나타난다는 사실을.

이제 시작이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차근차근
이민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먼 훗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마음이 어떨까.

남편과 함께
이렇게 회상하고 싶다.

“와… 그때는 정말 막막했었는데
정말 이런 날이 오긴 오네.
지금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나중에, 또 나중에도
우리 또 함께 ‘오늘’을 기억하자.”

 

써니맘 님, 가족과의 소중한 기억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기를 내 사연을 보내주신 분들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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